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왜 서점을 계속해야 하는가: 작지만 의미 있는 공간의 가치

by memo7919 2025. 5. 7.

왜 서점을 계속해야 하는가: 작지만 의미 있는 공간의 가치

수익보다 큰 가치를 좇는다는 것: 공간을 지키는 이유


서점이라는 공간을 운영하면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이거다. “이걸로 수익이 나요?” 질문하는 사람의 눈빛엔 걱정 반, 의심 반이 섞여 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그 질문에 선뜻 “네, 잘 벌어요”라고 대답하긴 어렵다. 작은 독립서점은 대체로 빠듯한 재정 안에서 운영된다. 어느 날은 하루에 손님이 두세 명밖에 없을 때도 있고, 책보다 커피가 더 많이 팔리는 날도 있다. 그런데도 이 공간을 닫지 않고 계속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책을 핑계로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만들어가는 작업에 가깝다. 이곳에서 책을 고르던 사람이 운영자와 대화를 나누고, 또 다른 손님과 책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보면, 비록 수익은 적더라도 이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누군가는 위로를 받고, 누군가는 새로운 생각을 얻으며, 누군가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다.

운영자에게 이 공간은 하나의 일터이자 세계관이다. 서점을 계속한다는 건 단순히 ‘장사’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철학, 감정을 책이라는 매개로 세상에 표현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표현이 누군가에게 닿는 순간, 서점의 존재 이유는 완성된다. 큰 수익은 없어도, 이 공간에서 누군가가 울고 웃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면, 그것만으로도 계속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래서 서점을 운영하는 많은 이들은 말한다. “돈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
그게 비현실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다. 오늘도 많은 독립서점 운영자들은 단순히 버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공간이 있어야 할 이유’를 매일 새롭게 만들어가며 문을 연다.

 

작은 서점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


작은 서점은 겉보기엔 조용하고 별일 없어 보인다. 몇 권의 책이 정돈되어 있고, 손님은 많지 않다. 매일같이 SNS에 바쁘게 홍보하지 않아도, 광고성 팝업을 띄우지 않아도,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간. 그런데 이 조용한 서점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는 의외로 크고 묵직하다. “느리게 사는 삶도 가치 있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책은 여전히 사람을 바꾼다”는 것. 이런 메시지들은 거창한 슬로건보다 더 강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오늘날 세상은 너무 빠르게 돌아간다. 클릭 몇 번이면 상품이 집 앞으로 배송되고, 알고리즘은 내가 뭘 좋아할지 미리 보여준다. 그런 시대에 독립서점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존재다. 사람들은 이런 공간에 들어서며 일단 ‘멈추게’ 된다. 바로 구매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을 골라도 틀리지 않으며, 그냥 조용히 둘러보다 나가도 괜찮다. 그리고 바로 이 여유와 침묵이야말로 현대인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것 중 하나다.

서점은 말없이 저항하는 공간이다. 소비 중심, 속도 중심의 사회에 맞서 ‘선택’과 ‘여유’를 권유한다. 많은 독립서점 운영자들은 자신의 서점에 테마를 부여한다. 여성 서사 중심 서점, 장애인 작가 서점, 환경 서적 전문 서점 등. 단지 책을 팔기 위함이 아니라, 세상에 꼭 필요하지만 잘 보이지 않던 목소리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책이라는 매체는 여전히 ‘말을 가장 깊고 멀리 전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작은 서점은 말한다. “당신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요. 당신의 속도는 느리지 않아요. 당신의 외로움은 낯설지 않아요.”
이런 말들을 꺼내는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에, 작은 서점은 오히려 더 강한 존재가 된다. 더 많이 팔지 않아도, 더 유명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공간으로 남는다. 그 자체로 세상에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서점은 책보다 사람을 기억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서점에 대해 말할 때 책 이야기만 한다. 어떤 책을 팔고, 어떤 책이 인기 있고, 어떤 책이 진열되어 있는지. 물론 책은 서점의 중심이다. 하지만 실제로 서점을 계속 찾게 되는 이유는 대개 책보다 사람이다. 그 공간의 운영자, 함께 책을 고르던 손님, 북토크에서 나눈 대화들, 우연히 추천받았던 문장 한 줄과 그것을 소개해준 손글씨 메모. 결국 우리는 ‘책을 사기 위해’보다는 ‘그 공간에 다시 머무르기 위해’ 서점을 찾는다.

작은 서점에서 오가는 대화는 사소하지만 깊다. “이 책 어땠어요?”라는 짧은 질문 하나로 서로의 삶이 엿보인다. 어떤 날은 책이 아니라 감정이 먼저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한다. "요즘 좀 힘들었는데요"라는 말에 “그럼 이 책, 한 번 읽어보실래요?” 하고 건네는 책 한 권. 그렇게 이어진 관계는 책보다 더 오래 기억된다. 책은 수백 권이지만, 그 책을 고른 사람, 소개한 사람, 함께 읽은 사람은 그 공간에서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점 운영자에게도 마찬가지다. 매일 다양한 손님이 오고 가지만,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 얼굴이 있다. 몇 번씩 찾아와 조용히 책을 보고 가던 사람, 손글씨 리뷰에 감동했다며 메모를 사진 찍던 사람, 서점에서 첫 에세이를 출간하고 기뻐하던 작가 지망생. 그들은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이야기를 남기고 간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쌓여 서점이라는 공간이 ‘기억의 장소’가 된다.

책은 바뀌어도, 사람과의 기억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몇 년 만에 서점을 찾은 손님이 “그때 제가 여기서 추천받은 책 아직도 갖고 있어요”라고 말하면, 그 순간 서점이 단지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누군가의 마음에 남은 공간이라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일을 계속할 이유가 충분하다.

서점은 책을 팔지만, 사실은 사람의 이야기를 기억하게 만드는 장소다. 작은 인연이 이어지고, 소소한 감정이 쌓이며, 삶의 흔적이 머무는 곳. 그래서 서점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 공간에서 사람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숫자가 아니라 감정으로 운영되는 공간, 그것이 바로 오늘날 작은 서점이 지켜야 할 가장 큰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