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없으면 불안해진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이 길이 맞는지, 앞으로도 이걸 계속해도 되는지. 숫자도, 반응도, 명확한 변화도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흔들린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애정을 가지고 살아가면서도, 때때로 드는 감정은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막연한 불안이다.
하지만 모든 길에 결과가 바로 따라오는 건 아니다. 어떤 길은 몇 년 후에야 꽃이 피고, 어떤 길은 중간에 갈래로 나뉘며 더 깊은 방향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의 ‘결과’가 아니라, 내가 어느 방향을 향해 걷고 있는가이다. 이 글은 결과 대신 방향을 믿는 태도, 나를 믿는다는 것의 진짜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보이는 성과’에 너무 의지하지 않기
현대 사회는 성과 중심이다. 숫자와 지표, 팔로워 수, 조회 수, 판매량, 피드백 수.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은 ‘보이는 성과’로 평가된다. 창작자라면 콘텐츠 반응으로, 자영업자라면 매출로, 직장인이라면 평가 점수로 자신의 가치를 확인받는다. 이 익숙한 구조 속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결과가 나와야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
하지만 모든 과정에 당장의 결과가 따라오는 건 아니다. 좋은 흐름은 때때로 긴 침묵 속에서 자라난다. 작가가 아무 반응 없는 글을 몇 개나 쓰고 나서야 ‘하나의 문장’을 건지는 것처럼, 디자이너가 수십 장의 레퍼런스를 보면서도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날들을 견디는 것처럼, 어떤 일은 성과보다 흐름에 가까운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당장은 아무것도 이룬 것 같지 않아도, 방향이 맞다면 결국 축적은 생긴다.
이때 가장 위험한 건 성과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습관이다. 오늘 뭔가를 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그 자체로 ‘실패’라고 여기는 것. 좋아서 시작한 일이 반응이 없다는 이유로 무가치하게 느껴지는 것. 이때 사람은 자기 확신을 잃고, 길을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의심은 종종 그만두는 결정을 부른다.
결과에 의존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기 위해선 먼저 나의 기준을 점검해야 한다. 나는 어떤 상태일 때 만족하는가? 외부의 반응보다 내가 느끼는 몰입, 내가 오늘 한 선택이 ‘내가 지향하는 방향’에 가까웠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누군가의 ‘잘 됐다’는 결과보다, 내가 오늘도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성과는 축적의 결과일 뿐, 방향의 증거가 아니다. 오늘 결과가 없다고 해서, 그 방향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진짜 성장은 흔들리면서도 계속 나아가는 사람의 손에 쥐어진다. 결과보다 방향을 먼저 보는 눈을 가질 때, 우리는 외부 반응 없이도 스스로를 믿을 수 있다.
의심과 흔들림은 신호일 뿐, 멈춰야 할 이유는 아니다
자기 확신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은 더 자주 의심하고, 더 많이 고민하고, 더 세밀하게 자신을 들여다본다. 의심이 많다는 건 지금 내가 걷는 길에 진심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가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사실은 그 과정 자체가 나를 지키기 위한 태도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흔들림을 실패의 징조로 본다. 마음이 불안하고, 내가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나 고민되면 ‘그만할 때가 된 것 같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 흔들림은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운동을 시작할 때 몸살이 오는 것처럼,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때는 마음의 진동이 따라온다.
흔들리는 순간을 지혜롭게 넘기기 위해 필요한 건 감정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불안하다면 불안한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그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적어본다. “요즘 일이 잘 안 풀려서 불안한가?”,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초조한가?”, “내가 뭔가를 잃고 있는 것 같아서 두려운가?” 이런 질문을 통해 감정의 뿌리를 확인하면, 감정이 덜 무섭다.
그 다음 해야 할 일은 작은 행동으로 다시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다. 흔들린다고 해서 모든 걸 멈출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작은 걸 다시 시작하면서 ‘나는 여전히 이 길을 가고 있다’는 감각을 되찾을 수 있다. 글을 쓰던 사람이라면 한 문장이라도 써보는 것,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라면 선 하나라도 그어보는 것. 이 작은 행동이 방향을 지키는 버팀목이 된다.
자신을 믿는다는 건,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것, 다시 일어날 줄 아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자기 확신의 진짜 힘이다. 나를 믿는다는 건, 내가 결과로 증명되지 않더라도 여전히 나라는 존재를 신뢰한다는 뜻이다.
내가 걸어온 길을 기억하는 것, 앞으로의 길을 믿는 힘이 된다
우리는 자주 미래만 본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금의 선택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 그래서 현재에 대한 판단이 온통 미래 예측에 달려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예상대로 풀리는 경우보다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기억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미 수많은 갈림길을 지나왔다. 선택의 순간마다 고민했고, 그때마다 최선을 다했다. 물론 후회가 없는 길은 없다. 하지만 그 모든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도 사실이다. 실수도, 실패도, 멈춤도 결국은 방향의 일부였다. 기억은 ‘지나온 나’를 신뢰하게 해주는 힘이다. 내가 내린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선택도 믿을 수 있게 만든다.
이를 위해 추천하는 방법은 ‘자기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요즘의 감정, 고민, 선택의 이유 등을 짧게라도 적어두면 나중에 그 기록이 방향의 증거가 된다. 몇 달 후, 몇 년 후에 그걸 다시 보게 되면 지금의 흔들림이 얼마나 정당한 과정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때도 견뎠으니까 이번에도 괜찮을 거야’라는 신뢰가 생긴다.
또 하나는 ‘지금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멀리 있는 미래만 바라보다 보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작아 보인다. 하지만 이 작은 일들이 쌓여서 미래가 된다. 방향을 신뢰한다는 건 지금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 길 위에 있다’는 걸 믿는 것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눈에 띄는 결과가 없어도, 나는 오늘도 같은 마음으로 움직였다는 것. 그 사실이 곧 내 길의 증거가 된다.
결국 자기 확신이란, 외부에서 오는 것도, 성과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시간과 선택을 내가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앞으로도 나아가겠다는 태도에서 나온다. 결과보다 방향을 믿는다는 건, 결국 ‘내가 나에게 약속한 삶’을 지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