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분명 좋아했다. 나만의 감각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자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설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자율성.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단순히 ‘일’을 넘어서, 삶의 의미와 연결된다는 감각을 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마음이 흐려질 때가 있다.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반복되는 작업에 지치거나, 자신을 다그치는 일이 늘어나면서 “내가 이걸 정말 좋아했던가?”라는 의심이 스며든다.
좋아하는 일을 싫어하게 되는 건 종종 우리의 실수에서 시작된다.
이 글은 우리가 무심코 저지르는, 그러나 아주 흔한 다섯 가지 실수들을 짚어보고, 그것을 어떻게 피하고 회복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좋아하는 만큼 잘해야 한다는 착각
많은 사람들이 빠지는 첫 번째 실수는 바로 이것이다.
“이 일을 좋아하니까 잘해야 해.”
이 마음은 처음에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지만, 곧 완벽주의라는 덫으로 바뀐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게 된다. “이 정도 수준은 돼야 좋아한다고 할 수 있지”, “좋아한다고 해놓고 왜 이 모양이야?” 이처럼 ‘좋아하는 감정’과 ‘성과의 수준’을 동일시하면, 좋아했던 마음은 점점 압박감으로 변해간다.
특히 이 실수는 초반의 몰입과 열정이 지나고, 일이 반복되고, 슬럼프가 찾아올 때 더 뚜렷해진다.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 왜 이렇게 하기 싫지?’, ‘이게 좋아하는 일이 맞긴 한가?’라는 생각에 빠진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감정이 아니다. 문제는 그 감정을 능력으로 증명하려는 태도에 있다.
이 착각을 피하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마음’과 ‘잘하는 능력’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말이 반드시 “글을 잘 쓴다”는 뜻일 필요는 없다. 글이 잘 써지지 않아도, 쓰는 순간이 좋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관점 전환은 감정을 기준으로 일을 대하는 태도를 만들어준다. 좋아하는 일은 ‘성과’가 아니라 ‘감정의 흐름’ 속에서 유지되는 것이다. 실력이 흔들려도, 결과가 나쁘더라도, 좋아하는 감정 자체는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은 잘 안 됐지만, 여전히 이 일을 좋아한다.”
“요즘 감이 떨어졌지만, 이걸 놓고 싶지는 않다.”
이 문장이 가능해지는 순간,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싫어하지 않기 위한 첫 번째 문을 통과한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일상의 중심에만 두는 실수
두 번째 실수는 좋아하는 일을 삶의 전부처럼 여기는 것이다. 일상에 그 일만 남고, 다른 관심사나 자극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걷어냈을 때, 우리는 그 일에 지나치게 몰입하면서 동시에 지치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일은 ‘삶의 일부’여야 하는데, ‘삶의 전부’가 되면 그것은 일상이 아니라 강박이 된다.
예를 들어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처음에는 여유 시간에만 쓰던 글이, 점점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은 하루가 망가진 것처럼 느껴지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으면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극단적인 감정으로 치닫는다. 글이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자존감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실수는 창작자, 프리랜서, 예술가처럼 자기 일과 정체성이 강하게 연결된 사람일수록 더 흔하게 겪는다. 우리는 자주 “이 일은 곧 나 자신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문장은 어느 순간부터 위험해진다. 일이 나 자신이 되면, 일이 안 풀리는 날에는 내가 흔들린다.
그래서 우리는 ‘좋아하는 일’과 ‘나’를 분리해 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일은 내가 하는 일이지만, 나 자체는 아니다. 나는 그 일 외에도 여러 관심을 가진 사람이고, 다양한 감정과 삶을 가진 존재다.
이 실수를 피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삶의 다양성을 복원하는 것이다.
다른 취미를 만들고, 소소한 관심사를 갖고, 비생산적인 활동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
그것이 좋아하는 일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좋아하는 일은 간직할수록 소중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오래 남는다.
결과 중심의 관계로 감정을 소모하는 실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장 피로한 순간은 그 일에 대한 타인의 반응이 내가 느끼는 감정보다 앞설 때이다. “좋은 반응이 없으면 이건 실패한 일이야”,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내가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왜 반응이 이래?”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 일을 좋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인정받기 위해 버티는 상태가 된다.
이런 감정은 특히 SNS나 오픈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흔하다. 내가 올린 글, 영상, 작업물에 누가 반응하는지, 어떤 평가를 하는지가 너무 중요해져서, 정작 그 작업을 하며 느꼈던 감정은 사라진다.
반응이 없으면 자괴감이 들고, 기대 이하의 성과에는 분노나 무기력이 찾아온다.
결국 우리는 점점 더 타인의 시선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이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야”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실수를 피하려면, 작업의 처음과 끝을 내 감정으로만 채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가?”, “이 작업을 하며 나는 무엇을 느꼈는가?”, “이 결과물은 나에게 어떤 만족감을 주었는가?”
이 질문들을 매번 스스로에게 던지고, 작업의 중심을 외부가 아닌 나 자신의 감정에 맞춰야 한다.
그리고 결과를 판단하는 기준도 바꿔야 한다.
‘몇 명이 좋아요를 눌렀는가’가 아니라,
‘나는 이 작업을 하며 조금 더 나를 이해하게 되었는가’,
‘오늘 이 작업을 통해 내 감각이 조금 더 살아났는가’.
이런 기준은 좋아하는 일을 싫어하지 않게 해준다. 왜냐하면 그 감정은 타인에게 빼앗기지 않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은 ‘성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과정에서 살아 있는 감정’을 경험하는 일이다. 그 감정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결과 중심의 관계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