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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먼저 오고 문장이 따라오는’ 글을 쓰려면

by memo7919 2025. 5. 30.

글쓰기를 하다 보면 어떤 날은 문장이 술술 나오는 반면, 어떤 날은 한 줄도 써지지 않을 때가 있다. 문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아이디어가 없어서도 아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감정’에 있다. 진심이 먼저 떠오른 날, 마음에 잔상이 오래 남은 날은 그 잔상 하나로도 글이 길게 이어진다. 반면 감정이 오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문장을 쓰면 아무리 말이 많아도 공허하다. 결국 좋은 글, 오래 남는 글은 ‘감정이 먼저 오는 글’이다. 이 글은 그런 감정을 어떻게 포착하고, 어떻게 문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지를 다룬다. 문장을 잘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감정을 정확히 느끼는 일이다. 감정이 선명할수록 문장은 길고 단단해진다.

‘감정이 먼저 오고 문장이 따라오는’ 글을 쓰려면

감정의 ‘잔상’을 먼저 포착하라: 글은 마음의 그림자에서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려면 먼저 문장을 떠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문장보다 먼저 마음에 스며든 ‘잔상’이다. 잔상이란 말 그대로, 강렬한 감정은 아니지만 오래도록 머리에 남는 감정의 조각이다. 문장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재료는 바로 이 잔상이다.

예를 들어 어제 누군가와 나눈 대화가 머릿속을 맴돌거나, 문득 떠오른 오래된 기억이 계속 마음을 붙잡고 있을 때. 그건 그냥 지나쳐도 되는 감정 같지만, 사실은 지금 내가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다. 감정의 잔상은 우리 마음이 무언가를 설명하고 싶어 할 때 남기는 흔적이다. 그 흔적을 무시하지 않고 붙잡을 수 있어야 글이 시작된다.

나는 매일 아침, 잠에서 막 깼을 때 머리에 떠오른 이미지를 기록한다. 그것은 꿈일 때도 있고, 감정일 때도 있고, 단어 하나일 때도 있다. 그 잔상은 하루가 지나면 사라진다. 그런데 그것을 붙잡아 글로 풀어내면 놀라울 정도로 깊은 문장이 만들어진다. 감정은 생각보다 빨리 사라지고, 그 사라지기 전 한 조각을 붙잡는 일이 글쓰기의 출발이다.

 

감정을 문장으로 바꾸는 연결의 기술


감정이 아무리 선명해도 그것을 문장으로 바꾸지 못하면 글이 되지 않는다. 감정은 본능이고, 문장은 구조다. 이 둘을 연결하는 데는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감정에서 바로 문장으로 가지 않고, ‘이미지’와 ‘상황’을 통해 간접적으로 옮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허전함’을 느꼈다면 그걸 곧바로 “나는 허전했다”고 쓰기보다, “퇴근길에 불 꺼진 집을 보며 이상하게 마음이 비었다”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독자는 감정을 강요받지 않고 스스로 느끼게 된다. 감정을 이미지로 옮기고, 이미지를 문장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글의 깊이를 만든다.

또한 감정은 설명보다 묘사에 강하다. “그 사람이 그립다”보다는, “요즘은 그 사람이 쓰던 컵만 봐도 마음이 먹먹하다”가 더 진하게 다가온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대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을 묘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이 먼저 오고, 그 감정을 언어로 천천히 따라가는 글. 그것이 독자의 마음까지 닿는 문장이다.

 

문장보다 감정을 믿는 연습: 쓰지 않고 ‘느끼는 시간’ 만들기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일수록 자주 빠지는 함정이 있다. ‘어떻게 표현해야 잘 전해질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물론 표현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이 감정을 ‘정확히 느끼고 있는가’다. 감정을 충분히 느끼지 않고 표현하려 하면, 문장은 얇아진다. 그래서 나는 종종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든다. 감정을 먼저 오래 느끼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어떤 상황에서 슬픔을 느꼈다면, 바로 그걸 써버리는 대신 하루 정도 묵힌다. 감정이 가라앉고 나면, 그 감정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어떤 기억과 연결되는지 더 선명하게 보인다. 감정이 익을 시간을 주는 것이다. 문장을 빠르게 완성하는 것보다, 감정을 충분히 느끼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이 감정이 정말 쓸만한 감정인지, 그저 일시적인 감흥인지 구분하기 위해 ‘감정 스케치’를 해본다. 긴 글이 아니라, 단어 몇 개, 문장 몇 줄로 감정을 정리해보는 것. 그런 기록을 모아두면, 언젠가 그 감정이 글이 될 때 반드시 도움이 된다. 문장은 언젠가 써도 되지만, 감정은 지금 아니면 사라진다. 그래서 감정을 먼저 붙잡는 훈련이 필요하다. 글을 쓰기 전에 충분히 ‘느끼는 연습’이 되어 있어야 한다.